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Coco)>는 아이들이 보기 좋은 가족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른이 보고 더 많이 울게 되는 작품입니다. 가족, 기억, 죽음, 꿈까지 한 번에 건드리면서도 무겁지 않게 다가오는 이 영화는 “나를 기억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조용히 남기고 떠나죠. 이번 글에서는 스포일러는 최소한으로, 공감과 감정에 집중해 <코코>를 함께 돌아보려 합니다.

코코(Coco), 어른이 더 많이 울게 되는 디즈니·픽사 애니
밝고 알록달록한 색감, 귀여운 캐릭터들, 신나는 음악까지. 겉으로만 보면 전형적인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같지만 <코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억”과 “가족”이라는 꽤 깊은 주제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아이와 함께 봐도 좋고, 어른 혼자 조용히 보기에도 좋은 힐링 영화이자 인생 영화 후보죠.
· 제목: 코코 (Coco)
· 개봉: 2017년
· 제작: 디즈니·픽사(Disney·Pixar)
·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음악
· 러닝타임: 약 105분 내외
· 주요 인물: 미구엘, 할머니 코코, 가족들,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 등
단순한 동화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영화라 “언젠가 한 번 봐야지” 하고 미뤄두셨다면, 이제는 정말 꺼내볼 때가 된 작품입니다.

음악이 금지된 집안,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은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소년입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만들고, 자신만의 무대를 꿈꾸는 아이죠. 하지만 그가 태어난 집안에는 믿기 힘든 규칙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 금지”.
오래전, 집안에 음악가였던 사람이 가족을 떠나버린 후, 미구엘의 가족들은 음악을 “가족을 깨뜨린 것”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대를 거치며 “우리 집은 음악 절대 안 돼”라는 암묵적인 금기가 생겼고, 미구엘은 자신의 꿈을 몰래 키울 수밖에 없게 되죠.
이 모습이 꼭 우리의 현실 같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과 걱정 많은 가족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경험, 한 번쯤은 다들 해보셨을 거예요. <코코>는 이 갈등을 단순히 “꿈을 막는 가족 vs 꿈꾸는 아이”라는 평면적인 구도로 그리지 않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상처와 두려움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더 마음에 남습니다.

죽은 자들의 세계, 그리고 ‘기억’이라는 두 번째 죽음
이야기는 멕시코의 축제인 “죽은 자의 날”을 기점으로 급격히 달라집니다. 미구엘은 자신의 꿈을 증명해 보이려다 어느 순간, 산 자의 세계가 아닌 죽은 자들의 세계로 넘어가게 되죠.
이 세계에서는 해골들이 즐겁게 돌아다니고, 알록달록한 가축들이 뛰어다니며,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여전히 서로를 기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때 <코코>가 던지는 중요한 설정 하나가 등장합니다.
바로 “기억에서 완전히 잊히는 순간, 진짜 두 번째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떠올려 주는 한, 나는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계속 존재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된 가족사진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오랜만에 옛 카카오톡 대화창을 내려보며 혼자 미소 짓기도 하죠. 그 모든 행동이 어쩌면 “기억 속에서라도 그 사람을 살게 해 주는 일”처럼 느껴지니까요. <코코>는 이 감정을 알록달록한 동화 같은 세계 안에 아주 섬세하게 녹여냅니다.

“꿈을 꾸는 나”와 “상처를 안고 버티는 가족” 사이에서
많은 분들이 <코코>를 보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아마도 미구엘과 가족 사이의 갈등일 것입니다. 미구엘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고 싶어 하지만, 가족들은 그 모습이 두렵고 불안합니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죠.
· 예술, 창업, 프리랜서를 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장만 권할 때
· 좋아하는 일과 생계 사이에서 계속 타협해야 할 때
· “우리 집은 그런 거 안 하는 집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
<코코>는 가족을 단순히 꿈을 막는 악역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을 차근차근 보여주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 후반, 미구엘과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장면들이 더 크게 와닿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갈등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누가 옳냐”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라는 걸, 이 작은 소년과 그의 가족이 대신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한 곡의 노래, Remember Me가 건져올린 마음
<코코>를 상징하는 노래, 〈Remember Me〉는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다른 형태로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유명 가수가 부르는 히트곡처럼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 노래가 가진 진짜 의미가 밝혀지며 관객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 버리죠.
같은 멜로디라도, 누군가의 자장가로 불릴 때와 화려한 무대에서 불릴 때는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이 차이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그런 노래, 그런 기억이 있었는지 떠올리게 됩니다.
· 힘들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한 사람의 목소리
· 문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마음이 이상해지는 노래 한 곡
· 특정 장소에 가면 자동으로 생각나는 얼굴
<코코>는 이런 작은 기억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따뜻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엔딩 장면에서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질 때,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음 한편이 이상하게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날, 이런 사람에게 어울리는 영화 코코
<코코>는 단순히 “가족 영화”라는 말로만 묶기에는 아쉬운 작품입니다. 내 삶과 마음을 돌아보게 만드는 여러 장면들이 숨어 있어서, 특정한 순간에 꺼내 보면 더 크게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해요.
· 오래 연락하지 못한 가족, 친척이 문득 생각나는 날
· 하고 싶은 일과 현실 사이에서 계속 타협만 하고 있는 것 같을 때
· “나를 진짜로 기억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
· 뭔가 울고 싶지만, 이유를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 밤
그런 날에, 혼자 조용히 불을 조금 낮추고 <코코>를 틀어보세요. 화려한 연출이나 과장된 눈물 대신, 아주 작은 기억과 표정, 그리고 노래 한 곡으로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라 보고 나면 분명히 누군가 한 사람쯤은 떠오르게 될 거예요.
마무리 –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하여
<코코>는 거창한 메시지를 들이밀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면서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의 기억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나요?”
“당신이 잊지 말고 붙잡고 있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요?”
대단한 업적을 남기지 않아도, 화려한 인생을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는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걸로 충분히 멋진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그게 바로 <코코>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